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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일상

슈퍼스타 서든어택 후기(19.08.18~19.10.05)

by 가람찬 2020. 1. 2.

킹든갓택

한 때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이제는 고인물 게임을 대표하는 FPS 서든어택.

오디션 형식이라니, 참신하긴 하다.

그 동안 진행됐던 대회들의 흥행이 부진했는지, 새로운 형태의 대회를 진행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식을 차용하여 대회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굉장히 생소한 방식이다.

기존 대회들은 각자 팀을 꾸려 참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개인 단위로 출전한다는 차이가 있다.

개인 기량은 좋지만 미처 팀을 꾸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참가하기 좋은 대회라 생각됐다.

 

-오프라인 예선(19.08.18)

PC방 하나가 1000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온라인 예선의 고배를 회상하며 오프라인 예선장으로 향했다.

서울 강서에 위치한 마곡 DPG존 PC방.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본인 대회 시간보다 일찍 온 사람도 많았다.

별도의 대기 공간이 없어서 몇몇 사람은 인근 PC방에 가있는 듯 했다.

저 귀여운 글씨체가 어찌나 무서워 보이던지

그냥 재미삼아 나간 대회였지만 막상 경기장에 입장하니 긴장감으로 머리 속이 하얘졌다.

희망 멘토에 스티커를 붙이라는 스태프의 말에 고민도 없이 보이는 대로 붙였다.

그리고 대기만 30분을 했다.

긴장과 적막, 어색함 속에서 30분은 길게 느껴졌다.

이내 시작된 경기는 예상 외로 흘러갔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재미삼아, 연습도 없이 나왔는데, 어느 순간 몰입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맨 아랫줄 왼쪽에서 3번째. 뿌듯해 :D

빨리 끝나고 집 가서 발 뻗고 누울 생각이었는데... 경기가 끝나고 보니 합격해있었다.

합격은 기대도 않고 왔었지만, 막상 합격하고 나니 괜한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괜시리 연습을 위해 PC방을 가게 됐고, 그만큼 내 시간을 뺏기게 됐다.

 

-오프라인 본선(19.09.21)

방송 스튜디오는 처음이라..

오프라인 예선 이후 본선에서는 200명 중 80명만 진출할 수 있었다.

각 조(10명)별로 경기를 치뤄서 승리 팀 중 2명은 멘토팀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고, 나머지 40여명은 멘토의 슈퍼패스로 진출이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상대팀을 마주보며 경기를 하는 것도, 방송 스튜디오의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무척이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처음 써보는 장비였는데도 꽤나 괜찮았다.

  오프라인 예선 때도 그랬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개인장비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이는 큰 부담이기도 했지만, 남들 장비세팅 하는 동안 연습게임을 하며 손을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예선 때와는 달리 연습을 하고 온 본선이었지만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예선을 턱걸이로 통과하기도 했거니와, 본선 같은 조 경쟁자들이 내로라 하는 클랜 소속이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게임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1세트와 2세트를 주고 받으며 3세트를 가게 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내가 2위인지 아닌지 긴가만가 했다. 게다가 3세트 히든맵은 어떤 참가자도 연습할 수 없었기에, 잘 아는 맵이 나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거라 봤다. 정말 운이 좋게도 클럽나이트가 나오면서 킬을 쓸어 담을 수 있었고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16강(19.10.05)

  16강 행 티켓을 따내면서 멘토팀을 고를 수 있게 됐다. 본선은 대룰 맵이 포함되는 만큼, 대룰 선수가 포진되어 있는 팀으로 가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무엇보다 멘토로부터 많이 배우려면 인기가 적은 팀으로 가야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강 진출자들 얘기를 들어보면서 석준호,조민원 팀을 희망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거 같아 세컨드 제너레이션 팀을 선택했다.

  막상 팀을 선택하고 보니 인기가 정말 많았다. 이전 대회 우승자들부터 현재 대룰맵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까지 다수 포진해있었다. 배우려고 고른 팀이지만 한편으로는 경기를 이겨야 팀이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팀에 짐이 되지는 않을까 정말 많이 걱정됐다. 본선 때보다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연습했다. 원하던 대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배우는 만큼 내가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감을 지우기 어려웠다.

  경기 당일, 우려와는 다르게 압도적인 스코어로 팀은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승리팀의 모두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는 없었다. 규칙상 승리팀의 3인만 진출할 수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패배는 아쉬웠다. 하지만 내로라 하는 선수들과 겨뤘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나름 고인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연습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내 실력에 다시 한 번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다.

엄마 나 TV 나왔어

 

-느낀점

녹화 시간이 긴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재밌게 만들기 위한 절차고, 그 방송이 없다면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을테니깐.

  하지만 대회 운영 방식에서의 미숙함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슈퍼패스의 규모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본선과 16강의 경우 승리팀의 일부 구성원만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 외의 팀원들은 패배팀과 함께 슈퍼패스에 뽑히길 바라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가 정상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선 승리를 해야한다. 팀게임에서 일부만 잘한다고 승리할 수 있지는 않다. 특출난 몇 명이 있을 수는 있지만, 승리는 그 구성원 모두가 기여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나 현행 방식에서 승리팀의 하위 2인은 패배팀과 다르지 않은 신세다. 패배팀에서 잘하는 인원을 구제하기 위한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승리팀 5인이 패배팀보다 모두 잘한 경우는 어찌할 것인가. 규칙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팀 게임에서 승리팀의 구성원이 떨어져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예선이야 그날 모인 개인들이 급조해 만든 팀으로 경기했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16강은 사전에 팀을 정해 일주일가량 연습하지 않았나.

  슈퍼패스의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슈퍼패스에 선정 된 인원들을 보면 몇몇은 갸우뚱하게 된다. 전 라운드에 잘했지만 이름 없는 실력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과거에 잘했던 사람, 또는 심사위원과 친한 사람이 슈퍼패스에 선정되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심사위원 입장에서 본 적도 없는, 본선 한 판 잘한게 운일 수도 있는 사람을 뽑는 것 보다, 과거 대회에서, 그리고 현재 상위 클랜에서 활동하는 알려진 실력자들을 뽑는 게 좋은 판단일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슈퍼패스의 의도에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슈퍼패스는 오디션 대회라는 특색에 맞춰, 탈락한 실력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제도다. 대회에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사람을 실력자라 말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 아무리 날뛰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도 결국 대회는 오프라인에서 증명하는 자리다. 오프라인에서 증명하지 못한 자를 개인적으로 안다고, 잘한다고 슈퍼패스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내가 주의깊게 봤던 누군가는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슈퍼패스를 통해 오프라인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탈락한 줄만 알았던 그 사람은 16강까지 슈퍼패스로 왔고 역시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이 글이 슈퍼스타 서든어택에 존재했던 부정을 공개하는 것처럼 비춰질 지 모른다. 아니, 부정을 밝히는 글이 맞다. 실제로 실력이 있어서 진출했던 선수들도 있지만, 친해서, 예전에 잘해서 뽑혔던 선수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실제로 그 혜택의 당사자들은 이런 얘기를 경기장 주변에서 스스럼 없이 하고 다녔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결국 이번 대회도 객관적으로는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참신하고 좋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대회였지만 결과적으론 실패하고 말았다. 1차적인 원인은 서든어택 자체의 인기하락이다. 하지만 운영방식의 미스나 암묵적인 부정이 면죄를 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게임이 재밌어도 그 이면에 부정이 자리한다면 남은 건 몰락뿐이다. 스타리그도 LCK도 그렇게 휘청이고 있지 않은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대회에 참여해 본 대회는 정말 재밌었다. 취미로 즐기던 게임을 통해 대회도 나가고, 나름의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아무 소득 없이 그저 시간 때우기만 되었던 게임이 성취감으로 연결 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꽤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학기 중에 시간 투자가 독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후회 없이 노력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중간고사를 잘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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